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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물음표] ‘증인’ 정우성, 연기도 발언도 소신 있게
  • 등록일 : 20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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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재 기자] 2월13일 개봉작 ‘증인’ 순호 役

배우 정우성(45)의 필모그래피를 찬찬히 살펴보자. 특이점 하나가 또렷하다. 함께 회사까지 설립한 동료 이정재는 이미 ‘천만 영화’ 네 편에 이름을 올린 데 비해, 정우성 최고 흥행작은 여전히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668만 명)에 멈춰 있다.

인기를 녹(祿)으로 먹고 사는 이로서 낙담할 법도 한데, 1월2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 유머러스한 배우는 그것을 웃음으로 승화하는 데 더 관심이 큰 듯했다. “내리막 평가를 듣지 않는 이유요? 제가 ‘천만 영화’가 없잖아요.(웃음) 흥행 꼭짓점을 아직 안 찍은 거죠. 때문에 아직 저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봐주시는 거 같아요.”

흥행 꼭짓점이 ‘천만 영화’라면, 그 한 점에 쉽게 등반할 수 있는 법은 소위 ‘빅 버짓’ 영화 출연일 것이다. 하지만 정우성은 그 쉬운 방법을 일부러 배신해온 배우다. ‘천만’의 과실은 달지만, 그 성공을 연장하기 위한 스트레스 등이 그를 무너뜨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두 편의 ‘천만 영화’가 탄생하기보다 다수 허리가 시장을 지탱하는 게 한국 영화를 더 건강하고 튼튼하게 만든다는 그의 설명을 듣자니 이목구비만큼 생각도 뚜렷한 한 남자가 어느덧 눈에 들어왔다. 아마 영화 ‘증인(감독 이한)’ 출연 역시 같은 맥락이었으리라.

흥행을 향하기보다, 사람을 사랑으로 대하는 등장인물의 정서에 매료돼 작품을 선택했다는 정우성과의 인터뷰를 총 일곱 개의 문답으로 전한다.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와 소통을 시도하는 변호사 순호(정우성)의 모습은 과거 영화 ‘더 킹’ ‘강철비’의 그것과 분명히 다르다.

그런 센 캐릭터들을 몇 년간 해왔기 때문에 일상 연기에 대한 갈망이 컸나 보더라. 의식하지 못했는데, 그 갈망을 이 시나리오가 확인시켜줬다. 센 캐릭터를 연기할 땐 디자인이 필요하고 계속 의도가 들어가야 한다. 근데 순호는 디자인이 필요 없었다. 그냥 대하는 대상의 표현과 반응을 자연스럽게 쫓아가면 됐다. 그리고 순호를 디자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물에게 나 정우성을 얹을 수 있는 여지가 컸다. 순호와 난 자기 자신에 대해 노력하려는 의지가 닮았다. 가치관이나 사고에 대한 확신을 계속해서 만들어가고 확인하려는 그 노력이 서로 닮았다.

―‘소신 있는 발언’ 역시 배우 정우성의 노력 중 하나가 아닐까?

소신 있는 발언과 배우는 사실 서로 상호 작용하기보다 이해 충돌이 더 많다. 많은 분들께서 아직 이 직업이 갖고 있는 긍정적 혜택을 지키고자 하신다. 그걸 뭐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내가 속한 사회가 가진 문제에 대해 관심 가질 필요성을 자꾸 스스로 부정하게 된다.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사회에서 함께 살고 있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는 거다. 지난 시대가 그런 시민을 만들었고 그런 시민을 바람직한 시민이라고 형성한 듯하다. 교육도 그렇다. ‘너만 잘되면 돼’란 말이 극진한 사랑을 표현하는 말 같지만 되게 무서운 말이다. 다 함께 잘돼야지 누구 한 명만 잘되면 그 세상이 정말 잘된 세상일까? 그 세상이 정말 풍부한 풍요를 누리는 세상인지에 대해서는 또 다른 고민이 필요할 거 같다.

―극 중 순호가 다니는 로펌의 이름 리앤유는 한 유명 대형 로펌을 떠올리게 돕는다. 더불어 순호는 생리대 사건 모의 법정이 1시간 당겨졌다는 소식에 “클라이언트(의뢰인)가 법이다?”고 혼잣말한다. 의뢰인의 돈은 법과 동일 선상에 있음을 넌지시 알려주는 한 줄로, 요즘 변호사에게 돈은 곧 법이다. 변호사에게 지불하는 액수에 따라 불의가 정의로 탈바꿈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요즘이다.

물질을 숭배하는 세상이다. 문제는 물질 숭배가 직업 본분의 상실을 야기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거다. 직업의 책임과 의무가 물질보다 우선시되지 못하는. 그리고 물질만을 좇다 보면 모든 방법과 수단은 그 정당성을 상실해도 상관이 없다는 공식이 형성되기도 한다. 순호의 직업이 변호사인 게 그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변호사는 있는 죄를 없게 만드는 게 아니라 죄가 있더라도 그 죄보다 더 무거운 처벌을 안 받게 하는 직업이다. 수임료가 많아지면 있는 죄도 없게 만들어줄 수 있는 직업적 윤리 의식의 타락은 과연 정당한지에 대한 질문이 가능할 듯싶다.

―변호사 순호가 너무 잘생겼다는 의견이 있다.

직업군에 대한 외모적 편견 아닌가.(웃음) 누구를 잘생겼다고 하는 거는 굉장히 주관적인 얘기다. 반면 정우성이 잘생긴 건 객관적인 거다.(웃음) 미남 여부보단 인물의 정서를 얼마나 공감 가게 표현하냐가 더 중요한 거 같다. 물론 어떤 대상을 판단할 때 처음 보이는 걸로 판단하는 게 우리가 갖고 있는 신체적 특성이지만, 정서가 무엇을 말하는지에 집중해 캐릭터의 표현을 느끼셨으면 한다.

이날 정우성은 배우가 사회 구성원으로 할 수 있는 역할에 관해 먼저 영화는 그 자체가 갖고 있는 파급력과 배우가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혼재된 매체라고 밝힌 뒤, 이윤만을 추구하다가 후자를 보지 못한다면 진정한 배우로서의 가치는 얼마인지에 대한 고민이 수반돼야 한다고 했다. 인터뷰 중간 다 마신 플라스틱 물병을 구겨버리는 습관을 무의식중에 실천한 그는, 어떤 질문이든 그가 생각해온 바를 깊게, 길게, 폭 넓게 이야기했다. 세월은 정우성으로부터 ‘비트’의 민을 앗아갔으나 대신 더 값진 보물 ‘시간’을 안겼다.

―정우성의 요즘 고민은 뭔가? 최근 안티를 겪고 있다.

내가 안티 없는 배우인지 미처 모르고 지냈다. 내 의견에 반대되는 의견이 많이 피력됐을 때 그제야 그 얘기를 같이 듣게 됐다. 연연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늘 한다. 나에게 당연하게 주어진 것이 단 하나도 없기 때문에 감사하고, 그 때문에 연연할 필요가 없고, 또 그 때문에 가치관을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만약 어떤 의견의 충돌이 생긴다면 합의로 가기 위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40대 남성 정우성의 고민은 결혼 아닌가? 한국의 조지 클루니다.

피곤하다. 실속 없는 공공재다.(웃음) 1년에 한 작품을 찍든 두 작품을 찍든 결국 어떤 세계관 안으로 들락날락하는 직업이다 보니까 현실에서의 개인적 시간을 많이 빼앗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점점 더 어려워지는 거 같다. 사실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낸 게 내 인생에서 그렇게 많지 않다. 때문에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 다만 어린 시절의 불만족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좋은 아버지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아들에게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개인적으로 정우성은 영화 ‘감시자들’ 전후로 신구(新舊)를 구분할 수 있다고 본다. ‘증인’은 정우성이 지금이라서 찍을 수 있는 영화다.

‘감시자들’은 정우성이란 배우가 전면에 서는 일 대신 옆에서 주인공을 조력하는 조연 배우로 역할한 영화다. 한 영화의 완성에 조연 배우로 힘을 보탰기 때문에, 정우성을 바라보는 대중도 그리고 나 자신도 그 이후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서로가 좀 더 여유 있어지는 효과가 발생한 셈이다. 하지만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 그리고 만약 ‘감시자들’이 성공하지 못했다면 아마 좀 더 난감한 상황이 왔을 테다.

한편, 영화 ‘증인’은 살인 용의자의 변호를 맡게 된 변호사가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 2월13일부터 상영 중이다. 12세 관람가. 손익분기점 200만 명. 총제작비 80억 원.(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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